
- 이브의 사과(謝過) / 배찬희
몰랐습니다, 정말
내 땅의 사과
이리 달고 맛있는데
억 년 습관으로
내 몸에 흐르는 피
때문이라, 말하지 않으렵니다.
단 한 번 쳐다 본, 정원
아직도 뱀들이 내 발뒤꿈치 물어뜯을 줄
몰랐습니다
뒤꿈치 살짝 들고 걸어가면
아무도 상처입지 않을 거라
믿었습니다.
갈 잎 아래 숨죽인 진흙은
생각도 못했습니다.
진흙 길 걸어가며
흔적 남기지 않으려
애쓰는 내 모습, 차마
부끄러워 말하지 않으렵니다.
그대 허리뼈 휘어지고
염도 높은 땀방울 숭숭 맺히게 하는, 사람
바로 나였음을
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
에덴을 절룩거리며 함께 걸어나온 사람도
바로 나였음을.....
산고의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
아귀가 딱 맞는, 그대
튼튼한 갈비 뼈 한 쪽이기에
나는 오늘도 행복하다고
누구에게 피 토하며
사과해야 하는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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